'Amusement Story/Poetry'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5.09.22 무엇이 영혼을 상처입히는가?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2. 2015.03.07 모든 것은 가장 지혜로운 목적에 공헌한다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3. 2015.02.28 김경식 시인의 추천시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4. 2015.02.28 김율희의 동화시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5. 2015.02.28 김율희 시인의 시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6. 2015.02.22 최치원(857~?) "제가야산독서당"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7. 2015.02.22 주자 "권학문"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8. 2015.02.22 정원 시 : 백거이 "지상편"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9. 2015.02.21 시경 빈풍 중 왕의 농촌학습서 <칠월>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10. 2015.02.21 이이 고산구곡 제4곡 송애기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무(無)로 녹다들 걸 생각하면 우리는 떨린다네.

그러나 무(無)는 인간의 몸을 받는게 더한 두려움이라네.

 

신을 사랑하는게 유일한 기쁨, 다른 환희는고통으로 변하네

 

무엇이 영혼을 상처입히는가?

인간으로 산다는 것.

 

본성의 활수(活水)를 맛보지도 못한 채

사람들은 죽음과 이 물질세계에 몰두하며

영혼의 감로(甘露)를 의심하네.

 

그런 의심은 줄일 수 있느니!

밤을 이용해 그대의 밝음을 일깨워라.

어둠과 흐르는 물은 한 쌍의 연인

그들이 함께 깨어 있도록 하라.

 

상인들이 배불리 먹고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우리 밤도둑들은 일을 하지

한밤 중에도 그대의 이마는 여명으로 빛나네.

그대는 춤추며 다가와 굽이굽이 어둠을 물리치고

질투에 종지부를 찍네.

 

 

루미

 

(물질적인 삶을 사는게 영혼에 상처를 주는 것)

 

 

 

 

 

 

 

 

 

 

 

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장 지혜로운 목적에 공헌한다.

어떤 것도 나쁘게 오지 않으며

지혜는 모든 형태의 악을 선으로 바꾸어 놓는다.

 

즐거운 빛으로 빛나려고 기다리는 별을

음울한 슬픔이 덮어 가리지만

지옥은 천국을 섬긴다.

그래서 밤이 지나면 멀리서 황금빛 영광이 온다.

 

패배는 우리가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더 순수한 의도로

더 고귀한 목적을 향해 나아기는 계단일 뿐이다.

손실은 이득으로 인도하며

기쁨은 시간의 언덕을 오르는 진실한 발걸음과 동행한다.

 

고통은 인간을 거룩한 기쁨의 길로

신성한 생각과 말과 행위의 길로 인도한다.

어둠을 드리우는 구름과 빛나는 광명은

위로 향한 인생의 대로를 따라 서로 맞닿는다.

 

불행은 그 길을 그름처럼 덮을 뿐

그 길의 목적과 종점은

밝고 드높은 성공의 하늘에 있고

그 곳은 우리가 찾아내어 머무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희망의 계곡을 뒤덮는

의심과 공포의 무거운 장막

영혼이 맞서 싸우는 마음속 어둠

 

눈물어린 쓰디쓴 결과

상심, 블행, 그리고 슬픔

믿었던 의리가 깨어져 생겨난 마음의 상처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그덧들을 발판으로 삼아

확실한 믿음의 살아 있는 길에 오르는 계단이다.

 

주의 깊은 사랑과 동정심이

죽음의 나라에서 생명의 나라로 오는 순례자를

마중하러 달려 나간다.

모든 영광과 모든 선한 것이

순례자가 오기를 기다린다.

 

생각의 지혜/제임스 앨런 p83

 

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빛을 찾아 가는 길 

                                                   

돌부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푸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로 가꾸어 보자.

빛을 찾아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라.

 

 -조지훈 시 '빛을 찾아 가는 길' 부분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시 '새로운 길' 전문



인생


너무 크고 많은 것을

혼자 가지려고 하면

인생은 불행과 무자비한

칠십년 전쟁입니다.

이 세계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신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낮에는 해 뜨고

밤에는 별이 총총한

더 없이 큰

이 우주를

그냥 보라고 내주었습니다.


 -김광섭 시< 인생> 전문



하늘 냄새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때가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박희준의 시 '하늘 냄새' 전문



다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시 '다시' 부분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  이근배 시 '살다가 보면' 부분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김수영 시 '풀' 부분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씨를 뿌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는 사람이어라

나무를 심는 사람은

지구에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고,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다 걷을 수 없는 꿈을  심는 일이어라

 

- 조병화 시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부분



들길에 서서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결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일과이거니.

 

 -신석정 시  '들길에 서서'  부분 


꽃을 보려면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꿇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박두순 시 '꽃을 보려면' 부분

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동화시>

파란 나비


김율희


놀랐다.

해바라기 얼굴, 달덩이만큼 커지던 날

울 엄마 달에 가셨다.

파란색 우주선 타고

빨간 색 손수건 흔들며

울 엄마 달에 가셨다.

놀랐다. 

난 그 때 하늘 속으로 사라지던

울 엄마 연두색 치마 기억한다.


할아버지는 달 떴다고 달 떴다고

내내 헛기침만 하시고

나는 아빠의 등 뒤에서 왔다갔다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가 싫다고 했다.

왜 바다가 싫을까?

나는 바다가 좋은데

넘 좋아서 나는 고래가 되는 것이 소원이다.

수염고래나 이빨고래가 되면

 내 나이도 칠천만 살이 되는 걸까?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니

할아버지가 나에게 할아버지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는 바다가 좋다.


하늘색 버스를 타고

 우리 집 앞에 내린 사람은 머리가 백발이었다.

 

1

눈이 하도 커서

 감고 있어도 뜬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철썩거리고 불었다.

그 할아버지의 귀에서 이상한 신호음 소리가 났다.

‘텔레비전을 들고 다니나.’

                    

나는 백발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탔다.    

갑자기 날개가 돋는 듯 했다.

나는 백발 할아버지의 두 귀를 꽉 잡았다.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눈이 팽팽 돌았다.

나는 고래가 되어 하늘 위에 둥둥 떠있었다.

세상에나.


텔레비전을 몸 속에 간직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어느 새

나팔을 꺼내어 힘껏 불었다.

보라색 나팔꽃이 하늘 위로 둥둥 떠다녔다.

나팔꽃은 아침에 꼭 얼굴을 씻는데

난 세수를 안 했다.

저 구름도 세수를 안 했나

왜 저렇게 시커멓지?

우산을 펴든다.

보라색 우산 쓴 이빨고래 

백발 할아버지는 어디에 가셨지?


우리 집 고양이는 늘 내게 말하곤 했었다.

“얘야, 저 놈의 털북숭이 강아지를 조심하거라.”

근데 왜 털북숭이 강아지가

자꾸 내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걸까?

빨간 색 이불을 쫙

 

2

태극기 휘날리듯 쫙

하늘에 펼쳤다.

저 봐라 도망가는 쥐들, 쥐의 무리들...


그 파란 색 우주선은 어디에 있을까?

나도 달에 가야 하는데

울 엄마 따라 달에 가야 하는데

보라색 우산 쓴 이빨고래가 되어

갈 수 있을까?

나무가 사람이 될 때까지

바다가 하늘이 될 때까지

갈 수 있을까?

부엌의 가스레인지 활활 타는데

울 엄마의 부엌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빨간 망토 입혀줄 엄마는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


우리 집 고양이 똥폼 잡으며 말하곤 했다.

“사는 게 말이야. 그게 바람 같은 거라고...”

뭔 뚱딴지 같은 소리

그럼 고양이 너도 바람, 나도 바람

울 엄마도 바람, 울 아빠도 바람

저 백발 할아버지도 바람이란 말인가?


텔레비전을 귀 속에 집어 넣으며

할아버지가 활짝 창문을 여셨다.

새벽이 왔다.

그리움이 사막이 되었는데

동튼다. 새벽이 왔다.

  아빠의 등 뒤에는 이제 숲이 울창하다.

 

울 엄마 파란 우주선 타고

해바라기 울창한 우리 집 마당에 금의환향한다.

 

3

나는 창을 넘는다.

훌쩍훌쩍, 아니 나풀나풀

나풀나풀

파란 나비 되었다.


놀랐다.


파란 우주선

파란 나비


할아버지는 해떴다고 해떴다고

헛기침만 해대고

파란 우주선의 하늘

파란 나비가 난다.


우리 집 고양이 목 자꾸 늘어난다.

따라오지 마!

너는 파란 나비 아니거든.

파란 우주선 놓쳐.

달에 가야 한단 말이야.

   너는 해바라기 얼굴에 묻혀 낮잠이나 자!


놀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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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가을 Ⅱ>

 

정원에 내어놓은 의자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라벨의 찌가느가 그 나뭇잎 위로 쏟아진다.

흔들리는 가을

찌가느는 하늘빛이다.

 

 

<굴뚝새가 한 말을 기억하니?>


굴뚝새가 한 말을 기억하니?

어릴 때 굴뚝새가 너에게

하던 말 기억 안 나니?

매일매일 너에게

속삭이던 말

다정하게 너하고 나누었던

그 말들이

기억나지 않니?

이 세상을 살았던

한 굴뚝새가

푸른 하늘 위에서

네게 했던 말

기억하고 있니?

굴뚝새 말로

기억하고 있니?

 

 

<나무를 추억하다>


봄도 아니고 겨울

벌거벗은 몸 그대로

한 나무를 추억한다.

살아서 삶을 노래할 수 있다면

나무에 박힌 수없이 많은 그

못들을 먼저 빼줄 것이다.

인연으로 덜커덩거리며

아무 것도 모르고 그 땐

못을 박았다.

네 가슴에 네 머리에

그리고 네 심장에.

오늘, 응고된 눈물로

그 못들을 빼내며 나는

내 가슴에 못을 박는다.

선혈 솟구쳐 울부짖는

내 가슴을 헤집고 나는 깊디깊은

대못 하나

내 심장에 박는다.

바람소리 찬 겨울

나는 한 나무를 추억하고

그 추억으로 그 나무를 사랑한다.

자작나무

끝은 언제나 아름답다.

너를 추억하는,

너의 날개를 추억하고

너의 입술을 추억하는

아! 내 추억의 끝은

기다림

겁과 겁을 뛰어넘는

아득한 기다림

자작나무

살아서 삶을 노래할 수 있다면

폭우가 온다 한들 그 강

건너지 못할까?

자작나무

기다림 끝에 너를 보는 날

너의 눈을 보는 날

내 추억도 끝나고

그 대못도 빠질텐데

벌거벗음이 부끄러운

오늘,

너를 추억하는 시간 속으로 나뭇잎

하나 떨어진다.


그 기도.

한 나무를 추억한다.

 

 

<멀리 있는 너에게>


눈이 내린 날

하루 종일 내린 날

멀리 있는 너에게

나는 눈이 되어 나를

너에게 보낸다.

세상이 눈으로 덮여버린 날

나는 눈이 되어 나를

너에게 보낸다.

눈 속의 나를 알아볼까?

내가 눈이 된 걸 알까?

너는 창가에 서서

나무 위에 앉은 나를

풀밭 위에 앉은 나를

몰라볼지도 몰라.

눈이 내린 날

하루 종일 내린 날

눈이 된 나는 너를 바라보고 있지만

너는 나를 단지 눈으로만 알 뿐,

아! 내가 눈꽃으로 숨쉬고 있다는 것을

너는 모르고

너는 모르고……

눈이 내린 날

내가 눈새가 된 걸 너는

모르고…….

 

<바다 2>

흰 고양이처럼 웅크린 나는

그대의 잠이다.

현기증으로 울렁거려도

나는 그대의 특별한 잠이다.

내가 꾸는 꿈은 그대의

사소한 일상에 푸른,

아주 짙푸른 선 하나

긋는 것이다.


물구나무서기로 다가오는 하늘

편안하고 편안한 목 껴안으며

흰 털 북슬북슬한 그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대의 특별한 잠인 나는

스스로 그대가 되고

그대를 통해

수없이 많은 무지개 빛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 고양이

물방울 현기증


그대는 내 바다다.

 

 

<바다 3>


언제나 초록 모자를 쓰고

너는 내게 달려 왔다. 

천길 만길 흩어진 내 머리카락

태양 아래로 모으고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내 손을

네가 잡아 주었다.


몇 천년의 시간을 잠들었다 해도

너는 기다리고 기다려 

흙으로, 바람으로

내게 돌아왔다.

언제나 초록모자를 쓰고

내게 달려왔다.


영원한 것은 가슴에 있고

푸른 새는 오늘을 노래한다.


눈부심의 기적

늘 새로운 너의 초록 모자


하늘에는 금빛 뱀이 펄럭거린다.

천년도 더 된

만년도 더 된.

 

눈부심의 기적

물구나무서기의 기적

 

 

<바다-도마뱀>  


밀크티처럼 달콤해요

우울한 한낮의 비를 기타로 연주하며

바다에 쏟아지는 은빛 물고기들을

쏴아쏴아 펄떡거리게 하는

코타키나발루의 하늘은.


그 하늘에서 눈부신 도마뱀 한 마리

수 천 개의 꼬리 달고

색동저고리 몸통 흔들며

너울너울 내려왔지요.

금빛 동아줄 타고 내려왔지요.


야자수 그네 타고

검은 눈 반짝이며

초록단지 가슴에 품은 채, 나에게

왔지요.


먼 길, 접어두었던

그대의 마음, 도마뱀으로 온 것을

나 이내 알았지요.

수 천 개의 꼬리, 그대의 눈이 되고

그대의 손이 되는 것을

이내 알았지요.


내내 비오고 내내 바람불어도

해 넘어, 달 넘어 올 것을 알아요.

하필 도마뱀으로 온 그대 

그대의 초록단지, 깊은 숲이 될 때까지

코타키나발루의 시간으로 남은 그대

큰 발가락으로 남은 그대

 

 

<바다-코타키나발루>     

 

돌고 돌아서 먼 바다 앞에 섰네.

해는 떨어지고

이국의 낯선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다.

삶이란 게 건너고 또 건너는 거라

나는 비행기 타고 하늘을 건너

마을을 건너고 산을 건너,

신 같은 바다를 건너

코타키나발루, 바람 아래 땅에서

몇 천 년 전 떠나온 나를 다시

만난다.  

사람들을 건너

그저 허허로운 바람으로 바다에 누워

빛 없어진 세상을 바라본다.

어둠이 시작되나 그 소맷자락에서는

새들의 날개 짓이 출렁거리고

오히려 세상은 태연하다.

힘겹게 건너고 건넌 바다

내 날개는 보이지 않는데  

다시 건너야 할 너무 높은 바다

‘나’ 앞에 마주서서

돌아가야 할 너에게 파도로 편지를 쓴다.

코타키나발루의 하늘은 해 없이도

뜨겁고 그 바다는 너무 깊어

내 이마엔 푸릇푸릇 푸른 날개가 돋아나고

아! 시간이 흐른 후

그 날개로 편지를 쓰나니

돌아가야 할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 바다는 바로 그대였습니다.”

 

 

 

슬리퍼 신고 뛰어가다

문득 고개 돌렸다.

수선화 

뜰 한 쪽 부둥켜 앉은 채

피어있는 


사랑하지도 않고 주억거리는

궁시렁대는

슬리퍼 벗어던지고

화들짝 맞이하는

 

 

<브로콜리>


초록색 푸들이

비누 거품 놀이하듯


몽글몽글

수 만개로 피어오르는

물방울

비누방울 

유리방울


초록색 푸들이

대가리 풀어 흔들며

신나게 장난치고 있는

둥근 산

둥근 산


진짜진짜

하늘 높이 떠오르는


커다란 풍선


팡!

 

 

<아버지의 뜰>

아버지의 뜰에는

늘 해바라기뿐이었다.

키 커다란 눈 큰 해바라기

뜨지 않는 해를 기다리기만 하다가

저녁이면 그 큰 얼굴 떨어뜨리고

시름에 차는.


어느 여름날,

기다려도 기다려도 해는 뜨지 않고

비가 하늘과 땅에 가득하던 날

해바라기는 일어나지 못했네.

바다가 뜰에 넘치고 넘치도록

아버지의 해바라기

바다에 휩쓸려 바다가 될 때까지


먼 훗날 사람들은 말하겠지.

아버지의 뜰에는 언제나

해바라기 가득했다고

그런데 어느 여름날

그 해바라기 바다가 되어

바다로 가버렸다고

해 찾으러 가버렸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모를 거야.

해바라기 속에 빛나던 해

바다 속에 숨어있는 해

그 해

아버지의 벗기 싫은 구두였다는 것을...

 

 

 

<아버지의 가을>

아버지는 귀뚜라미 한 마리

기르신다.

몇 년의 가을을 한 방에서

그 귀뚜라미 기르신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귀뚜라미의 더듬이에 걸어 놓고

그 삶을 기르신다.

수 십 년의 세월을

귀뚜라미가 울고

비어있는 시간의 공간을

귀뚜라미가 내닫는다.

아버지는 귀뚜라미 한 마리

기르셨다.

어두운 막막함을 귀뚜라미의

각질 속에 감추고

낮은 휘파람을 귀뚜라미에게

들려 주셨다.

그 삶이 귀뚜라미 되어

아버지 되어

강이 되어

흐른다.

 

 

<숲, 거인을 만나다>

 

거인이었다.

내가 솔숲에서 만난 그 바람은.

안개 가득한 빗속에서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나타난 그

그리움은.


그가 내게 건넨 것은

시간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월

그의 푸른 손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나는 그 시간을 받아들고

솔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침묵이 거인의 맑은 눈 안에서

내게 말을 걸고

나는 또 침묵으로 거인에게

대답했다.

 

수많은 별들이

비밀의 바늘들처럼

거인의 등 뒤로 내려앉았다.

솔숲이 몇 번 우르르 울었다.


나는 거인의 등 뒤에 서서

하늘이 사라지는 걸 보았다.


내 손위에 있던 시간

강물 되고 바다 되어

출렁거리는데

사라지는 그 문 앞에

거인이 서있었다.


백년, 천년의 세월로

이 세상의 비밀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거인이 잠깐 웃었다.

나무 같다고 돌 같다고 새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비가 쏟아졌다.

솔숲이 그 얼굴을 들어 비를 맞았다.


수많은 별들이 눈을 감은 채

솔숲으로 떨어졌다.


솔숲이 다시 우르르 우르르

큰 눈으로 울었다.


거인이었다.

내가 그 때 솔숲에서 보았던 그 침묵은.

맨 발바닥에 맨 손으로

그렇게 간절히 염원했던

그 눈빛은

 

<아침 1>

 

빛이 깨어나니

만물이 바쁘다.

원래 청정했던 마음

세상 속 연못에 깊이

잠기었더니

아침 새소리에 문득

비 소리 가득하고

천지에 퍼덕이는 날개 소리

홀로 고요하다

 

 

<아침 2>

 

소나무 

빛을 받아 반짝이는데

감겼던 눈 다시 뜨고

강물 위에 앉아

흘러가는 세상과

흘러가는 시간 속

무한해진 마음을 따르니

뜻밖에 사과나무

한 그루

마당에 가득하네

 

 

<아침 3>

 

그립다는 건

내가 아직 나를 비우지

못했음이라 

저 세상 밖과

이 세상 안이

다 내 마음 안에 있어

찬란한 아침에도

등불을 환히 켜고

그대를 본다.

지금은 

낮의 시간, 차마 그대를

마주하지 못하고

그대의 눈빛 조용히 내려놓으니

일순간 이는 바람소리

꽃잎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다. 

 

 

<아프리카-그리움-1>

 

말을 타러 가자

소를 타러 가자

쥐를 타러 가자


추위가 닥쳐오리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과

기억해야 할 일들

기억나는 일들을 거느리고

의심하지 않으며

바위 속으로...


폭풍으로 오는 잠, 멀리


싸늘한 침엽수

빛에 묶인 땅-그 위로

쥐를 타러 가자

뿔 꺾인 소를 타러 가자

꼬리 긴 말을 타러 가자


추위가 닥쳐오리니


낮 시간-낮 시간

아프리카를 잊으며

 

 

<오르페우스의 꽃> 

 

1.

내 노래는 길고

내 노래는 달콤하여

긴 세월, 그대가 나를 잊어도

숲이 아침이면 새롭게 빛나듯이

그렇게 그대 나를 찾아오리라.


2.

아폴론의 리라

내가 타던 리라

한때 곰들과 사슴, 늑대들까지

나의 노래를 듣고

바위와 물푸레나무 상수리나무까지

나의 노래를 들었지만 

지금은 천년만년 세월이 흘러

내 노래가 간 곳을 나도 몰라


3.

독사가 그대의 영혼을 빼앗은 후

내 삶은 의미 없어.

마치 겨울들판처럼 싸늘해져

지옥도 내 심장을 덥힐 수 없었지.

한순간에 늙은이가 되어버린 듯

그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고단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의 영혼은 무겁고 슬픔은 강을 이루어

그대를 볼 수 없고

그대 목소리 들을 수 없어

에우리디케, 그대를 그토록 갈망하였건만.

 


인내의 천사는 끝끝내 나를 돌보지 않아 

돌아보지 말아야 할 그대를 돌아본 죄로

영원히 그대를 잃고 말았네.


4.

아! 사랑이여

삶이여, 죽음이여!

그대가 없는 세상에 바람만 불고

내 탄식은 하늘을 물들이고 바다를 가르네

 

에우리디케,

나 한낱

강물이면 어떠리

모래알이면 어떠리

그대 이름 부르고 불러서

벙어리 되면 어떠리

침묵이 내 살을 찢고

내 심장을 찢는다 해도

에우리디케,

오직 그대만의 노래이고 싶은 것을.

오직 그대만의 영혼이고 싶은 것을.


5.

기쁨도 즐거움도 나의 것이 아니니

사랑하는 그대여

나, 그대를 위한 꽃으로 태어나

그대의 머리 위에 금빛 새벽빛을 비추고

그대의 발아래 노을로 지려하네.

 

시간이 나를 잘게 부수어

내가 안개꽃으로 피어나면

그대 나를 위해

강으로 와서

발을 물에 적시고

영원히 끝이 없을 내 노래를 들어주오.

죽어서도 살아있을 내 눈을 바라봐주오.

에우리디케, 내 사랑

오르페우스의 꽃이여.

  

오르페우스의 꽃이여.

 

<의자와 전쟁>


전쟁은 따뜻하다.

의자도 따뜻하다.

꿈꾸는 자, 숨쉬는 자

잠자는 자, 게으른 자

모두 그 안에서 운다

전쟁은 조용하다.

의자도 조용하다.

두려움은 모두를 조용하게 만든다.

조---요---o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다.

푸른 창 앞으로 빛들이 날개를 치며

날아든다.

전쟁은 텔레비전 속에서 왕왕거리고

나는 의자 안에서 편안하다.

전쟁은 너무 멀고

의자는 너무 가깝다.


문득 툭 치는 의자의 주먹

의자의 기억

“일어나란 말이야!

전쟁하러 가야 돼.”


전쟁은 일상이 되고 의자는 특수상황이 된다.


“일어나란 말이야!”


“일어나란 말이야-”


 

<이제 나무는 겨울로 가고>


 김 율 희

 

맨발을 닦고 닦아도

흙이 묻는다.

왜 그런가?

나는 겨울바람 찬 나무 밑에 앉아

그 처연한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다.

노을이 땅에 걸리고

하늘이 숯 검댕이 같은 얼굴로 나무를 감싸 안았다.

나무는 그냥 그대로 여전히 처연하다.


내 뒤를 바라본다.

문득 따라오는 지난여름의 잊어버렸던 소리

하나가 나무 위에 커다랗게 

걸린다.

아버지.

지난여름은 잔인하였다.


숯 검댕이 같은 얼굴 아래

나무는,

나뭇잎 하나 없이

아아! 황금빛으로 빛나던 나뭇잎 하나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온전히 자유롭다.

맨몸으로 길 떠나던 우리 아버지

아아! 황금빛으로 빛나던 햇살 하나 없이

하얗게, 그냥 하얗게 길 떠나신 우리

아버지.


이제 나무는 겨울로 가고

다시 그 외로움으로 세상에

홀로 선다.

나는 아버지 긴 이름을 부르며

겨울 속으로 영원히 떠나버린

내 마음 속의 푸른 나무를 기억한다.


맨발을 닦고 닦아도

흙이 묻는다.

왜 그런가?


겨울이 된 나무가 내게 물었다.

 

 

<푸른 옷소매>


김율희


요즘은 밤이 참 짧다.

너를 기억하는 매일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매일 너의 자전거가 절뚝거리며

내 눈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오는 걸 햇빛 속에 무심하게

걸어 들어오는 걸

나는 기다리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심장도 아닌 발이 시리다며

너는 신발도 신지 않고

껴 신어야 할 양말 한 켤레 마다하고

그냥 맨발로 떠났다.

매일 밤 그 맨발에 나는 죽도록

머리를 부딪는다.

푸른 옷소매

사랑해서 내가 네가 되는 것은

왜 이리 힘든가

사랑해서 내가 내가 되는 것은 왜

이리 더 힘든가 

푸른 옷소매

매일 아침, 내 안에 앉아 있는

양말 한 짝, 신발 한 짝

자전거의 바퀴 소리

시끄러운 어느 아침

의자는 비어 있고

햇빛은 푸르다.

그 푸른 옷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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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홍류동 계곡

 

"첩첩 바위 겹겹 산봉을 미친 듯 품으며 울리니

지척의 사람 말도 분간하기 어렵구나

도리어 두려운 건 시비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이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 감싸게 하였던가"

 

최북의 계류도에 이 시의 3구와 4구가 옮겨져 있다.

정구(1543~1620) 가야산유람기록

강준흠(1768~1833) 시에 얽힌 일화를 모은 책의 시작에 "제가야산독서당"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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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말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 있다 말하지 말라

시간이 흘러 나와 함께 늦추지 않으니

오호라 늙어지면 이것이 누구의 허물인가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초의 기간도 소홀히 하지 말라

연못가 봄풀이 꿈을 깨기 전에

뜰 앞의 오동이 가을소리 전하리니.

 

주자 권학문

 

고연희 그림 문학에 취하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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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마지기 저택에, 다섯 마지기 뜰

물이 못에 가득하고, 대나무가 천그루라.

땅이 작다고 혹은 땅이 외지다고 말하지 말게

무릎 두기 넉넉하고, 어깨 기대기 넉넉하지.

집이 있고 뜰이 있고, 다리 놓고 배도 띄웠지.

책이 있고 술이 있고, 노래가 있고 악기도 있다네.

한 늙은이 그 속에서 흰 수염 날리고 앉았으니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안다면, 밖에서 무엇을 구하랴.

새가 나무를 택하여 보금자리 편히 만들 듯

거북이가 굴에 앉아 세상 넓은 줄 모르듯,

학, 괴석, 붉은 능각, 흰 연꽃,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모두 내 앞에 있구나.

때때로 술 한 잔 홀짝이고, 혹은 글 한 편 읊조리지.

아내과 자식 놈들 기뻐하고, 닭과 개도 한가롭네.

좋구나 걸어보자

나 장차 이 속에서 늙어가리라.

 

고연희 그림 문학에 취하다 p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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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에는 화성 별자리가 흘러가네

구월에는 옷을 마련해야지

봄날이라 햇볓 비추고 꾀꼬리 여기저기서 지저귀네

여인들은 광주리를 들고 저만치 샛길을 걸어가 연한 뽕잎을 따네

봄의 낮은 길고 길어 쑥 뜯느라 정신없는데

여인의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은 귀공자님께 시집갈 일이지

 

가을

오월에는 여치가 다리 떨며 울고

유월에는 베짱이 날개 떨며 울지

칠월에는 들판에 있다가

팔월에는 처마아래 있다가

구월에는 문 앞에 있다가

시월이 되면 귀뚜라미가 우리집 침상 밑으로 들어온다네

집안의 구멍을 막고 쥐를 불로 그슬려 쫓으며

북향의 창을 막고 진흙으로 문을 바르라

아아, 우리 아내와 아이들이여

해가 바뀌려 하고 있으니

이방으로 들어와 편히 쉽시다.

 

촌가사경도

유월에는 아가위와 머루 따먹고

칠월에는 아욱과 콩 쪄 먹고

팔월에 대추따고

시월에는 벼를 수확하여

이것으로 봄술 담가 어르신네 장수비네

칠월에는오이

팔월에는 박

구월에는 삼씨 주우며

씀바귀 뜯고 가죽나무를 땔나무로 베어서

우리 농부들을 잘 먹인다네.

 

고연희 그림 문학에 취하다에서 발췌

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

이율곡의 "고산구곡 제4곡 송애기"

 

하늘의 이치가 오묘한 것을 보고 싶으면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여야 한다.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면

내 마음에 틈이 없어져 하늘의 이치가 흐르지만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지 않으면

내 마음에 틈이 생길 것이다.

틈이 생기면 하늘의 이치가 막힐 것이다.

나의 선비들은 이에 힘쓰거라.

 

- 고연희 그림, 문학에 취하다에서 발췌 -

Posted by Vegan & Green TheBeetleKim